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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쉐보레 트랙스, 없는 자들의 분노 폭발






 개인적으로 트랙스의 가격이 그렇게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옵션은 부실할지 몰라도 가격은 예상대로 출시됐다고 본다. 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싸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부담될 정도는 아닌, 그런저런 수준이라고 보인다는 뜻이다.



 소형 SUV라는 새로운 차급을 선보이는 한국GM 입장에선 직접적인 경쟁 차종은 아니지만 한단계 높은 차급인 투싼ix나 스포티지R, 코란도C보다는 낮게 책정해야한다는 기준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터보 엔진을 채용했고 SUV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아베오 가격에서 조금 더 올리는 수준의 가격 책정은 힘들다. 그리고 자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적용하면서 가격이 높아진 부분이 있다. 만약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자동 변속기를 옵션으로 제공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지도 않을 수동 깡통 트림을 시작가로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베오의 자동 변속기 옵션이 150만원인걸 감안해보면 트랙스 최저 트림에서 150을 뺀 1790만원이 시작가가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게보면 일부 언론에서 퍼트린 1700만원대가 완전히 구라는 아니다. 수동보다 연비 안좋고 150만원 더 줘도 거의 대부분은 자동 변속기 모델을 구입했을테니 말이다.




 트랙스가 아베오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차종이란걸 문제 삼기도 한다. 그럼 아반떼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투싼ix의 경우를 보자. 아반떼가 13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 투싼ix는 2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쏘나타와 싼타페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차종으로 약 700만원정도 가격차가 있다. 오히려 투싼ix의 경우 자동 변속기가 기본이 아니므로 가격차는 훨씬 커진다. 트랙스를 비판 할 근거가 되기 힘든 가격 책정 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도 아반떼나 쏘나타를 투싼ix와 산타페와 놓고 가격비교 하지않는다. 비판하지도 않는다. 이유는 크기가 큰 차종이기 때문이다.




 트랙스가 욕먹는 이유는 큰 차 선호가 뚜렷한 대한민국에 출시된 소형 SUV이기 때문이다. 접근이 쉬운 가격대의 차급일수록 대중의 관심이 클 수 밖에 없고 기대치를 벗어난 경우 더욱 큰 반발이 일어난다. 평범한 중산층이 구입하기 힘든 차종이라면 이런 말도 안나온다. 벤츠 G클래스를 보라. 3.0리터 211마력짜리 디젤 엔진을 달고도 1억 485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여놨다. 모하비에 올라가는 엔진보다 수치적으로 나을게 없다. 근데 욕하는 사람이 없다. 벤츠라는 브랜드와 정통 오프로더라는 이미지 하나로 모든걸 상쇄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들이 봐도 꿀리지 않는 큰 차도 아니고 눈으로 확인 가능한 숫자들 (엔진 출력 및 토크, 연비)이 압도적이지도 않은데 심리적 부담감을 느낄만한 2000만원에 가깝게 책정되다보니까 거두절미하고 '일단 까자'가 된 것이다.





  트랙스 살 돈이면 투싼ix나 스포티지R, 코란도C 깡통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애초에 중대형급 차종을 끌기 힘들어서 트랙스를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거기에 돈을 더 써서 상급 차종을 사라는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만 어쨌건 국내에 팔리는 차종 중에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과연 무슨 차를 사야되는지 되묻고 싶다. 깡통 사라고하면 정작 사는 사람 별로 없다. 한국GM이 욕먹는건 현대기아보다 부족한 편의사양도 한가지 이유인데 정작 타사의 차량을 깡통으로 추천한다? 앞뒤가 안맞는다. 투싼ix나 스포티지R, 코란도C도 쓸만한 옵션을 넣으면 못해도 2000만원대 중반정도는 줘야된다. 아니 트랙스가 비싸다면서 몇백만원을 더 주고 상급 차종을 사는게 맞다고? 소형차를 옵션 넣고 뽑을 돈이면 준중형을 뽑을 돈이 되고 준중형 옵션 좀 넣고 뽑을 돈이면 중형 뽑을 돈이 되고 중형 옵션 좀 넣고 뽑을 돈이면 준대형 뽑을 돈이 된다. 결국 그 사람들의 합리적인 소비란건 스파크나 모닝을 사거나 그랜저나 K7, 알페온 또는 3000만원대 일본차정도는 사야 된다는 말이다. 왜? 그랜저에 500 더 써도 BMW 7시리즈는 못사니까.




 이 가격이라면 한달에 트랙스를 300대도 팔기 어렵다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봤다.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소형'이란 차급은 안팔린다. 국민들 살기 어려워 죽겠다고해도 그랜저는 1만대가 팔려도 엑센트가 1만대가 팔리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다. 그래서 트랙스가 망한다하더라도 적어도 가격때문은 아니다. 가격이 그렇게 아쉽다면 수동 변속기 모델 출시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 그게 훨씬 더 현명한 소비자다.


댓글 2개:

  1. 없는자들의 분노폭발이란 제목이 좀 거슬리는군요. 소형차가 애초에 서민을 공략할려고 나온거 아닌가요? 아니지 부잣집 자제들의 통학용으로 나왔으니 맞긴맞네요. 요즘 부유층자제분들은 독일엔트리가 대세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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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적으로 동감하는 글입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최종 가격에 실망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저의 경우 기존 SUV차량보다 크기와 가격 면에서 덜 부담스런 차종을 기다리다가 트랙스를 보고 일찌감치 작심하고 지난 2월 25일 LTZ 모델로 뽑아 잘 몰고 다니고 있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가격이 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구매전 엄청난 사전정보 검색결과 동일 트림 기준 해외판매가격이 국내보다 높으면 높았지 그다지 낮지는 않더군요. 심지어 1.7디젤 엔진 풀옵션의 경우 3천만원대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국내에는 당장 출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합니다만... 각종 웹사이트에서 관련기사 읽어 보면 트랙스에 우호적인 글들이 드물더군요. 결론은 사고 싶은 사람은 사겠지요. 지나치게 까다로운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 속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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