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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1

말리부 디젤의 엔진 과열 이슈, 한국GM은 월급 도둑인가


 말리부 디젤은 한국GM이 판매량을 보수적으로 잡은 탓에 수량이 극히 부족했고 그 덕에 출시되고 얼마안가 대중차 브랜드에선 보기 힘든 '완판'을 이뤄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서 한국GM도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아마 그들 스스로도 놀랐을테고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면 최소한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확실한 반응이 있다는걸 보여준 일이기도 했다. 말리부 디젤이 인기를 끌자 찬밥 취급받던 가솔린 모델도 덩달아 판매량이 상승하며 아직까지도 조금은 생소했던 말리부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차가 적게 팔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오펠의 디젤 엔진이 발목을 잡을줄이야. 출시된지 몇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엔진 과열 증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수십명에 달하고 국토부와 협의하여 무상수리를 실시 할 계획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현재 시점(14년 7월 20일)에 회사측 조사내용은 부품 자체의 결함은 없고 국내 고객의 주행 패턴에 맞게 세팅이 되지 않아 안전모드가 민감하게 작동하는 문제이므로 소프트웨어 변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파워트레인은 유럽 시장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된 제품이고 말리부 디젤의 인기 이유 역시 이 부분이 컸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별 문제가 없었을 엔진이 유럽 소비자와 우리나라 소비자가 운전을 다르게 하면 얼마나 다르게 한다고 대한민국에서는 시동이 꺼지는 문제까지 발생하는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의 제품 검증이 얼마나 허술하고 형편없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물론 한국GM 입장에선 조금은 억울할 수 있다. 직접 개발한 엔진도 아니고 오펠이 만든 것을 단순히 수입해서 팔았을뿐 엔진이 그렇게 민감하게 세팅 되어있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자기들끼리는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만들고 누가 개발했든 출시하는 것은 한국GM이고 출시하는 시장이 다르다면 검증 역시 한국GM이 추가적으로 진행했어야 맞다. 유럽 기술진들과 논의를 해야한다는 말자체가 한국GM의 기술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밖엔 안된다. 이미 제품의 특성을 다 파악하고 알고 있어야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자신들이 내놓는 제품의 문제를 자신들이 모른다? 황당할 뿐이다.


 한국GM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많은 기술자들이 빠져나갔다는 소문이 있다. 파워트레인 부서는 업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백이 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말리부 디젤의 문제가 이런 회사 상황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부족하고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이다. 관리를 통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필터링 해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이외의 다른 제품에 대한 갈망이 큰 지금 그것을 못해낸다면 한국GM에게 더 이상의 큰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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