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어 무선 인터넷은 활성화 되기 힘들다, 스마트폰은 어려워서 쓰는 사람만 쓰는 제품, 아이폰 판매량은 20만대에 그칠 것이라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쳐막고 현실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이상향만 부르짖던 SKT께서 아이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화들짝 놀라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활성화를 외치고 수십종의 스마트폰을 쏟아내겠다고 나섰다. 한마디로 개방하겠다는거다.
(무선 인터넷이건 와이파이건 나발이건 소비자의 요구건 다 쓸데없고 천년만년 가입비와 기본료 베이스깔고 주머니 채우겠다는게 SKT의 꿈이란건 다들 잘 알겠지만)
하지만 개방이란 것은 단순히 스펙다운되던 단말기를 정상적으로 들여오고 네트워크 망 좀 확충하는 수준이 아니다. 기존의 음성통화와 SMS는 물론 컨텐츠의 제공, 데이터통신등과 관련된 수익을 거의 대부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통사가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를 쓸 필요가 없고 벨소리도 돈주고 살 필요가 없다. 뭔가를 다운 받기 위해 굳이 돈나가는 3G망을 쓸 필요도 없고 음성통화, SMS 역시 와이파이를 활용한 서비스들로 부분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거기다가 현재 단말기 업체들과 이통사들이 대거 도입 예정에 있는 안드로이드는 구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운영체제다. 구글 서비스 사용자, 구글 모바일 광고를 볼 사람도 늘어난단 이야기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어플 판매 수익의 30%를 제외하곤 이통사의 몫은 갈수록 줄어든다. 단말기 업체는 OS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떡밥, 이통사는 조건이 까다로운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떡밥에 낚여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폰을 쏟아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통사의 역할은? 네트워크 망 운영이 전부다. 고속도로에 티코가 달리건 포르쉐가 달리건 한국도로공사와는 상관이 없듯 이통사 역시 사용자들이 어떤 컨텐츠를 어떤 루트로 이용할지에 대해서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T는 개방 이후로도 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50.5%를 절대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거 같다. 어짜피 개방 해놔도 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거에 관심도 없을꺼라는 논리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모르는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폰 도입을 원하는지 아닌지도 몰라서 설문조사까지 했겠나. SKT의 무능함은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꼴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통신시장에서 통신사가 할 일이 별로 없어지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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