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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인문학과 IT의 결합? 괜히 병신짓 하지마라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를 사임하면서 그가 걸어온 길과 이뤄낸 혁신에 대한 도전이 다시 이야기꺼리가 되고 있다. 창업 이후 컴퓨터로 성공을 거뒀지만 한편으로는 실패도 맛봤고 쫓겨났었지만 복귀해서 큰 성공을 이뤄낸 그가 건강에 발목이 잡혀 다시 자신의 시대를 마감하는 모습은 너무 뻔한 말이지만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어쨌건 10년이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애플을 다시 IT의 중심으로 이끌고 업계의 공룡에 가까운 위치에 올려놓은 스티브 잡스에 자극 받은 경쟁 업체들은 그와 같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과연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해서 창의력과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진 의문이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권위의식이 자리잡고 있어 수직적 관계는 극단적으로 경직되어있다. 회사가 아닌 교실에서조차 질문을 하는 학생이 적고 나서길 싫어하며 군대문화, 기수문화, 선후배관계 속에서 개성을 박탈 당하고 평범함을 강요받는 이런 나라에서 단순히 인문학을 전공하고 배웠다는 사람을 회사에 앉혀놓는다해서 달라지는 게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리고 문제는 시스템인데 왜 사람에서 자꾸 해답을 찾는 뻘짓을 하는가.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을 찾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자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 물 하나 없이 쩍쩍 갈라진 땅에서 품종만 좋다고 벼가 자라길 기대하는건 너무 멍청한 생각이다.


 재벌 총수 말 한마디에 회사가 이리저리 뛰고 일가친척이 들러붙어 이권을 나눠먹고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어 돈 벌 궁리하고 어떡하면 자식한테 물려줄까 고민하는 그런 회사라도 대기업이라서 월급 많이주니까 좋은 회사라고 서로 취직 못해 안달인 나라. 이런 회사 윗대가리의 늙은 작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창의력을 펼쳐달라는 부탁을 하는건 정말 맞아죽을 말이다.


 인문학적 소양이라는건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다. 사람을 기계 부품이 아니라 사람답게 대한다는건 즉 생산자, 개발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새로운 접근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바꿀 생각은 않고 컨베이어 벨트 한바퀴 돌면 제품 하나 나오는 공장처럼 S급 인재를 데려다가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세워놓으면 아이폰같은 대박 상품을 만들어줄껄로 기대하는 오만함은 결국 해쳐먹는 새끼들은 자기들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스티브 잡스를 데려다 말 몇마디로 부려먹겠단 소리다.


 이런 정신 상태로는 인문학이고 나발이고 대한민국 IT에 미래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같이 소비자와 접점을 갖는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잘 만드는 회사로 남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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