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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5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 아니, 당신의 눈이 높은거다



 요즘 신차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말이 차값이 너무 비싸졌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지금같이 리터당 2000원이 당연한듯 올라버린 고유가 시대, 소비자들의 마음은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별 다른 개선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연식 변경 모델은 적어도 2~30만원, 풀체인지 모델은 몇백만원이상 올리며 '물건너' 온 수입차들과도 가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격 상승을 합리화 시키기위해 그들은 그다지 필요도 없는 고급 옵션을 기본으로 끼워넣고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비싼 옵션을 넣고도 가격은 조금만 올렸다고 변명한다.



 흠 그래. 거기까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고 하나라도 더 끼워넣고 올리면 그것이 그대로 지갑에 들어온다.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렇게 비싸진 상품을 살 이유가 있나? 꼭 그렇진 않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면 좀 더 싼 차를 살수도 있고 별로 필요없다 싶은 옵션들은 빼버려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새 것'과 '최고' 그리고 '허세' 3박자가 갖춰지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 시작된다.


 여기 차를 한대 사려는 평범한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평범한 우리나라 소비자라면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할까. 일반적으로 중형차를 먼저 생각해볼 것이다. 차를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탄다고 생각했을때 아이들이 커도 부족하지 않을 공간에 회사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면 출퇴근 용도로도 유지비가 부담스럽지 않고 대형 세단을 타진 못해도 중형정도면 어디가서 못산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고 어른들을 모시기에도 중형정도면 충분하다는 그런 뻔한 결론. 쏘나타가 베스트셀러였던 것도 이런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말이 10년이지 새차를 뽑아놓고 3년 5년도 제대로 타지않고 팔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을 태울 넉넉한 공간?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부모랑 같이 어디 다니려는 애들이 요즘있나. 그렇게 애들 탈 공간을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은 왜 세계적인 저출산국가가 된건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명절 아니면 어른들 뒷자리에 모실 일도 없다. 많아야 일년에 몇번...또 '요즘 신차라면 이정도는...'이라는 생각에 쓸데없이 옵션을 집어넣는다. 크루즈 컨트롤이나 후방 카메라따위 없이도 차 몰고다니는데는 아무 불편이 없는데 말이다. 결국 출퇴근 용도로 아침저녁으로 잠깐 타고 하루종일 그냥 차를 세워둘 사람이 한손으로 꼽아도 몇번 되지도 않을 가족나들이와 명절, 그리고 주위의 시선때문에 경차, 소형차정도로도 충분한데도 중형차를 사고 '요즘 차가 너무 비싸'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차값 비싸다는 이야기를 할 자격이 될까? 국내 대부분의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않고 바람만 들어가있는데 자동차 회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비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판매량이 안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 월간 판매량을 까보면 그렇게 욕을 먹던 차들이 수천대씩 팔려나간다. 경기가 어려워 못살겠다 난리인데 2012년 2월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가 9000대 넘게 팔렸다. 정말 우리나라 국민들 요즘 먹고 살기 힘들다는거 맞나? 기아에서 출시한 박스형 경차 레이도 경차가 뭐가 이렇게 비싸냐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5000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내가 내 돈으로 사는데 니가 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이 먼저 생각을 바꾸지 않고 비싸다면서도 계속 차를 팔아준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차값을 내리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옵션질과 수출/내수 차별을 말하기전에 자신들부터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회사도 팔리는 차를 만들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뀐다면 그들은 당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는게 지극히 뻔한 시장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상에 나도는 '투표 잘 하자'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2012/01/27

윈도폰의 미래가 마냥 밝지는 않은건...


 윈도폰이 우수한 최적화와 뛰어한 UI를 가지고도 좀처럼 뜨고 못하고 있다. 단순히 앱의 갯수가 적다는 이유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결국 윈도폰의 흥행은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통신사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실패했다는 말이다.



노키아 루미아 710



 기본적으로 통신사 입장에선 단말기를 무기삼아 자신들의 서비스를 연계해서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 이외에도 추가적인 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과거 피쳐폰 시절에는 멜론이나 도시락같은 음원 서비스나 벨소리 같은걸 팔아먹었고 지금은 안드로이드에 통신사 자체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온 아이폰의 경우를 보자면 통신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단말기를 판매하고 그 단말기에서 발생하는 통화료와 데이터 사용료가 전부다. 이래선 통신사가 주도권을 상실하고 단순히 네트워크만 제공하는 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영향력이 전무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이폰을 먼저 도입한 업체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업체가 아닌 2,3위권 통신사였다. 우리나라 역시 아이폰을 먼저 도입한건 SKT가 아닌 KT였다.




MS의 제품답게 오피스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애플은 대형유통단지고 통신사는 주차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애플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도 팔고 앱도 팔고 책도 팔고 이것저것 품목 늘려가며 돈을 쓸어담는데 통신사는 주차장에서 나가는 차들한테 주차요금만 받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늘어난다고 해도 주차장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돈은 고정적이고 그렇다고 주차요금을 올릴수도 없고 차가 많으면 욕먹는건 또 주차장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는 손님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많은 돈을 벌고 거기에 입소문까지 나서 더 많은 손님이 몰려드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통신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헉헉대고 막대한 보조금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애플의 주가는 또 다시 최고가를 경신하는건 이런 이유에서다.


 즉, 통신사는 윈도폰이 제2의 아이폰으로 성장하길 원하지 않는다. MS가 iOS와 안드로이드 양쪽의 장점을 합쳐서 어느 정도 이상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냈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의 편리함도 갖췄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그건 제조사 사정'일뿐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제조사 역시 안드로이드와 달리 자신들의 제품을 차별화를 할 수 없는 MS의 제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속에 노키아의 신제품인 루미아 900은 미국에서 2년 약정시 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되기 이르렀다. 현재 상황에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최대한 많은 단말기를 시장에 공급하는 것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iOS와 안드로이드가 쥐고 있는 시장에서 윈도폰은 간신히 '막차'를 탄 플랫폼이 아닐까 싶다.

2012/01/26

코란도 스포츠를 위한 변명



  코란도 스포츠가 출시된 후 각종 시승기가 온라인상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코란도 스포츠를 시승한 사람들 중에 그 차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자신있게 대답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얼토당토 않은 기준으로 부정적인 내용만 늘어놓으면 되는줄 착각하는 한심한 시승기가 너무 많다. 각종 시승기들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아니지만 변명을 좀 해보려고 한다.


 일단 공간이 좁다는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코란도 스포츠는 트럭이다. 트럭은 대형 세단의 뒷자리에 앉은 승객처럼 늘어지듯 앉아 편안함을 즐기는 차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픽업 트럭은 화물칸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승용 감각을 적용했다고해서 트럭이 트럭이 아닌게 되는건 아니다. 포터를 승차감과 공간을 따지며 비판하지 않듯 코란도 스포츠 역시 애초에 그럴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는 모델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트럭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트럭은 프레임 섀시로 만들어진다. 프레임 섀시로 만들어진 차는 구조상 차체가 커지고 전고가 높아지더라도 내부 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은 것이 특징이다. 전고가 높아지는만큼 무게 중심도 높아져 전복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도 공통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마치 쌍용차가 코란도 스포츠를 잘못만들어 그렇다는 식으로 늘어놓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적어도 자동차 기자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설명하는 자동차의 성격정도는 파악하고 객관성을 지녀야하지 않나.


 그런 초딩 수준의 비판을 해보자면 기아차의 모닝은 차가 작아 사고나면 사람 다 죽을 차고 대형 세단은 차가 너무 커서 주차도 못해먹을 차인가? 소형 해치백은 좁아터져서 가족 나들이도 못나갈 쓰레기인가? 독자가 혹시 모를 오해를 하지 않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설명을 해줘야하는 것도 기자의 의무건만 그런 내용을 곁들인 시승기는 단 하나도 못봤다. 시승기를 쓰기전에 개념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이 차는 멋이라든가 과시를 위한 차가 아니다. 야외활동에 적합한 적재함을 갖추고 있고 자동차 세금이 저렴하며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자동차다. 즉, 경제성과 실용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접근하는 틈새 시장을 위한 차량이지 대다수의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상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코란도 스포츠에 일반적인 준중형이나 중형 세단을 보는 잣대를 들이밀어 편의사양이 어떻다라든지 여성들에게 불편하다든지 이런 소리를 들먹이는건 커피숍에서 숭늉찾는 꼴과 같다. 커피숍에서 숭늉을 주지 않는건 커피숍이 문제가 아니라 숭늉찾는 사람이 진상이기 때문이다. 코란도 스포츠를 어른들 모시고 다니려 살 가장이 대한민국에 있을지, 코란도 스포츠에 화물을 싣고 다니며 일을 할 여성들이 몇이나 있을지 기자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머리가 있다면 생각 좀 해봐라. 



2012/01/03

코란도 스포츠에 대한 기대와 우려



 코란도 스포츠는 액티언 스포츠의 맥을 잇는 국내 유일의 픽업 트럭으로 실용성을 찾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모델이다.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화물차로 분류되어 얻는 세금 혜택을 생각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엔 캠핑족들이 늘면서 넉넉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일과 가족을 모두 생각해야하는 개인 사업자들에게도 환영받는 차이다. 전작인 액티언 스포츠는 혹평을 받은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쌍용차 중에선 높은 판매고를 꾸준히 올려주던 차였다. 좋게 표현하면 실험적인, 나쁘게 본다면 괴상한 디자인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품성 자체는 충분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란도 스포츠는 많은 기대만큼이나 불안감 역시 안고 있다. 일단은 디자인적인 부분. 사람을 싣고 다니는 것이 주가 아닌 짐을 옮기는 것이 목적인 '트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코란도 스포츠는 충분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선 차량의 성격과 성능과 무관하게 무조건 고성능 스포츠카와 같은 느낌을 얻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기아의 K5와 같이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포지션에 위치하는 차들조차 마치 300마력은 거뜬히 나올 법한 스포티한 외모로 눈길을 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코란도 스포츠는 '트럭'치고는 괜찮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의 눈에 들기엔 미묘하게 부족해 보인다. 성형수술이 만연하고 외모가 개인의 경쟁력으로까지 인정받는 외모지상주의가 득세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선 자동차 역시 '트럭'임을 주장해봐야 그러한 잣대를 벗어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코란도 스포츠같은 트럭에 LED라든가 HID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아니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헤드라이트의 형상은 다분히 남자다운 느낌을 준다.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그렇다고 못생긴건 아니다. 모터쇼에 출품되었던 쇼카에 비하면 세련된 맛은 적지만 아쉽진 않다.


 코란도 스포츠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그래봐야 액티언 스포츠 F/L에 불과한 차라는 말일 것이다. 완전히 다른 차가 되어버린 전면부에 비해 측면은 그런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직선의 라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며 최소한 '싼티'를 벗어나는덴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훌륭해보이진 않는다. 액티언 스포츠 시절의 조잡함을 조금이나마 줄였다는 것에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외부가 대규모 수술을 거친데 비해 내부는 액티언 스포츠와 거의 동일하다. 코란도 스포츠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터쇼에서 쇼카가 공개됐을때 내부에 대해 왜 변화가 없냐는 질문에 쌍용차 관계자가 '의미있는 수준의 변화'를 언급했었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변화가 없다니. 스티어링 휠만이라도 코란도C의 것으로 교체했다면, 계기판 부분을 과감하게 바꿔봤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액티언 스포츠 시절 어이없을 수준의 파격을 실현했었던 영향 덕분에 변화가 없음에도 최소한 고루한 맛까진 나지 않는 점이 장점일까. 하지만 그것조차 가운데 송풍구 사이에 위치한 어설픈 디지털 시계가 갉아먹고 있다. 좀 더 있어보이게 만들거나 아니면 없애라. (코란도C의 시계도 어정쩡한 위치와 싼티를 풍기고 있다)


 코란도 스포츠의 e-XDi200 액티브 엔진은 코란도C에 올라간 엔진과 기본적으로 같은 엔진이다. 다만 트럭이라는 특성상 출력을 낮춘 대신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시점을 앞당긴 버전으로 액티브라고 불린다. 변속기는 흔히 '비트라미션'이라고 불리며 악명을 떨쳤고 코란도C에도 적용되어있는 호주 DSI사 (지금은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인수했다)의 6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된다. 쌍용자동차가 승승장구하여 잘 나갔었더라면 DSI사를 쌍용차가 인수하여 기술적인 자립을 생각해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최근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스웨덴의 사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데 승용 라인업이 체어맨을 제외하면 전혀없는 쌍용차가 사브와 손잡을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까.


 코란도 스포츠는 팔릴만한 구석이 많은 차다. 1년 자동차세가 28,500원에 불과하고 유로5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여 환경개선부담금이 완전히 면제되며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엔 연비 좋은 디젤이란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변속기 내구성 문제만 좀 더 해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