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체인지된 캐딜락이 출시됐을 때 '그 돈이면 독일차를 사지'라며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그런 평이 맘에 들지 않았다. 모든 시장에서 특유의 쏠림 현상이 강한 우리나라답게 제일 좋은 차는 독일차고 미국차는 무조건 한수 아래로 보는 서열화가 일단 싫었고 범접하기 힘든 상품성과 고급화로 저 위로 올라간 것은 S 클래스지 E 클래스나 5 시리즈가 아니지 않은가.
저 강한 선들의 조화를 보라. 근육질의 강인한 형태를 표현하면서도 "Art and Science"로 명명된 디자인 기조를 1세대에 이어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다. 더욱 잘 가다듬어 정리된 모습. 마초적 이미지와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동시에 갖춘 디자인으로 독일차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분명 차별화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이 상당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E 세그먼트 중에서 디자인으론 원탑으로 CTS를 꼽고 싶다.
디자인 만큼이나 상품성도 높아졌다. 더 이상 미국차가 과거처럼 물렁물렁하고 성능이 형편없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CTS 역시 마찬가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로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감지하는 단단해진 하체와 더불어 세계적 흐름에 맞게 다운사이징된 2.0 터보 엔진은 276마력, 40.7kg·m을 발휘한다. 또 모든 도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등 경량화에도 힘을 썼다.
아쉬운 점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3.6L 모델 이상에는 8단 변속기가 적용된데 반해 2.0L 터보 모델에는 6단 변속기가 매칭되어 있다. 이것은 미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2.0L 최상급 트림에도 6단 변속기가 적용되어 있으며 3.6L 자연흡기 엔진과 3.6L 트윈 터보 엔진에는 8단 변속기가 제공된다. 8단 변속기는 아이신제로 GM과 포드의 협업으로 현재 전륜과 후륜 모두 적용 가능하는 것을 목표로 9단 및 10단 변속기를 공동으로 개발 중에 있으며 개발이 완료될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아이신 변속기를 공급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실내는 차급에 맞게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을 터치 방식으로 처리했고 12.3인치의 대형 LCD 디스플레이와 보스 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적당히 갖춰야 할 것들은 다 갖췄다. 다만 여러 시승기에서도 지적하는 부분으로 비상등이 2초 이상 누르고 있어야 작동되는 것은 꼭 수정되야 할 것같다.
가격 역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과 달리 GM 본사에선 오히려
한국에 출시된 CTS의 가격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며 불만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과 미국의 가격차가 없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제네시스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라면 충분해 고민해볼 수 있을 가격이고 수입차 특성상 프로모션이 들어갈 경우도 고려해야 하겠다.
CTS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한가지다. 독일 업체들이 오랫동안 철벽처럼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비해 캐딜락의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이고 그 한가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초대 CTS가 등장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국차'라는 선입견은 소비자들에게서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GM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구매 조건은 연비다. 디자인이나 편의 사항 등 다른 조건들도 물론 많이 따지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이지만 높아진 상태로 안정을 찾아버린 유가 때문에 효율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올라가고 있다. BMW의 베스트셀러 520D는 말할 것도 없고 르노삼성의 QM3는 그런 시장 상황을 확실히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의 대다수 다른 차종들은 아직까지도 다운사이징과 변속기의 다단화 경쟁, 경량화를 미루고 있으며 오히려 신차가 연비가 더 떨어지는 기이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외국 다른 브랜드들에선 보기 힘든 일이다.
왜 국산차들은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고효율 차종을 내놓는데 인색할까. 이유는 제조업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되기 시작하면 변화를 줄 일이 없는한 제조업체는 유지보수를 제외하면 큰 투자가 필요없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돈을 버는 길이란 뜻이다. 기업 입장에선 해당 제품을 오래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이익이다. 포터나 다마스같은 모델이 왜 그렇게 변화가 없는지도 설명된다.
이러한 기업의 등을 떠밀어 경쟁을 붙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저탄소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으로 미루며 국산차 업계에 숨통을 터줬다. 온실가스 배출과 연비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2020년까지의 일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번 국산차 업계는 기존 파워트레인들을 여전히 팔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을 시키고 규제를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업체들의 이익을 봐주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격적인 기술 경쟁을 하고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오히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보다. 연비 뿐만 아니다. 안전과 같은 생명에 직결되는 규제 역시 늦장부리긴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세단인 캠리의 경우 무려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엄격한 충돌 시험을 도입해서 업체들이 안전에 타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개나 소나 다 1등급을 받고 어떤 차가 더 안전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기술 경쟁에 뒤진 국산차를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하고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며 수입차들은 그러는 사이 국산차와의 '차별화'를 무기삼아 비싼 가격을 받는다. 반독점을 이유로 아우디에 400억이 넘는 벌금을 때린 중국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편의 사항만 따지며 자동차가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행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캠리는 날렵하지도 못생긴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무난한 디자인의 모델이었다. 성능 역시 특출난 부분은 없고 시장에 나와있는 동급 차종의 평균 수준으로 만들어진 토요타 차 만들기의 전형을 보여준 대표적인 모델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대중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없는 심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드라이빙의 재미보다 운송수단의 역할이 강조된 일반적인 패밀리 세단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캠리는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세단인 만큼 누구에게나 선택받을 수 있는 토요타의 80점주의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종이다.
그런 캠리조차도 2015년형에 와서는 차급, 컨셉과는 관계없이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다소 강렬한 인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모범생 이미지를 벗어나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에서 영향받은 전면 그릴은 토요타가 지금까지 보여준 보수적인 모습에 비하면 다소 파격으로 느껴질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에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은듯한데 실제로 차를 봤을땐 개인적으로 꽤 세련된 인상을 받았었다. 렉서스는 그릴에 크롬 장식을 둘러 좀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였고 캠리는 그릴의 형태로만 날렵함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다.
전면과 후면 디자인을 크게 바꿔 새로운 느낌을 준 것에 비해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송풍구의 크기나 형상, 기어노브, 컵홀더의 위치 등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흔히 보여지는 수준이다.
파워트레인 역시 변화는 없어보이는데 주력인 2.5L 엔진을 기본으로 V6 3.5L와 2.5L 엔진에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가 출시된다. 북미 시장은 아직 디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고 토요타도 하이브리드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꽤 오랫동안 토요타의 디젤 모델을 유럽이 아닌 국내에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 가격인데 경쟁이 치열하고 풀 체인지 모델조차도 가격 변동이 그다지 크지 않은 북미 시장임을 생각하면 현재 알려진 가격이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북미에는 약 2430만원을 시작으로 2700여만원 수준으로 국내 출시가는 3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풀 옵션 사양이 아닌 낮은 트림도 출시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도는 만큼 2000만원 중후반대의 파격적인 가격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르노삼성이 패밀리 룩을 적용하고 상품성을 높인 SM7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출시하였다. 현세대 SM7이 출시되기 전만 하더라도 아우디를 닮은듯한 전면 마스크에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들었지만 출시 이후 실물에 실망한 사람들의 악평이 쏟아졌고 현재는 한달 판매량이 200여대로 주저 앉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호평받은 QM3의 디자인을 차용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는데 이러한 디자인 방향은 앞서 출시한 SM3 네오에서도 이미 효과를 본 방법이긴 하다.
사실 SM7은 빈곤한 르노삼성의 라인업 중에서도 참 애매한 위치에 있는 모델이다. 모기업인 르노는 소형 해치백이나 죽어라 팔리는 유럽 시장에 위치한 대형 세단을 개발할 필요가 없는 회사고 반대로 대한민국은 좁은 나라임에도 큰 차 선호가 대단히 강한 기형적인 시장이어서 본사의 지원을 받아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 파워트레인같은 핵심 부품을 닛산에서 가져오지만 출력이나 연비같은 수치적인 부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알티마는 QR25DE 4기통 엔진과 CVT를 조합하여 L당 13.3km라는 연비를 달성하여 국산 중형 세단들을 뛰어넘는 효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SM7은 그보다 낮은 L당 10.2km에 불과하고 3.5L 역시 닛산의 동급 차종이라 할 수 있는 맥시마는 290마력의 VQ 엔진이 탑재되고 있지만 SM7은 258마력에 머물고 있다.
닛산의 자랑인 3.5L급 엔진에도 대응 가능한 CVT가 맥시마엔 미국에서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있지만 SM7엔 6단 변속기로 때운 것 또한 연비에 악영향을 주는 부분.
물론 알티마는 중형 세단이고 SM7은 준대형 세단이라는 차급 차이와 중량의 차이를 생각해야겠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D플랫폼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차종들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모델에선 그런 단점들을 보완 하기 위한 페이스리프트가 되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전면 디자인과 스마트 미러링을 제외하면 딱히 눈에 띄는 구석이 없는 신모델이 되고 말았다. 실질적인 구매 의욕을 일으키는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디젤 엔진 투입은 언제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랜저가 이미 선수친 상황에서 디젤 엔진 투입없이 무슨 생각으로 월 판매 목표량을 800대라고 말하는걸까. 현재 판매량의 무려 3배가 넘는 수치 아닌가. 르노삼성은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해서 황당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SM7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선 공격적인 가격책정과 디젤 모델 출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