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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2

연비 경쟁에 뒤처진 국산차 원인은 정부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구매 조건은 연비다. 디자인이나 편의 사항 등 다른 조건들도 물론 많이 따지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이지만 높아진 상태로 안정을 찾아버린 유가 때문에 효율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올라가고 있다. BMW의 베스트셀러 520D는 말할 것도 없고 르노삼성의 QM3는 그런 시장 상황을 확실히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의 대다수 다른 차종들은 아직까지도 다운사이징과 변속기의 다단화 경쟁, 경량화를 미루고 있으며 오히려 신차가 연비가 더 떨어지는 기이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외국 다른 브랜드들에선 보기 힘든 일이다.


 왜 국산차들은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고효율 차종을 내놓는데 인색할까. 이유는 제조업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되기 시작하면 변화를 줄 일이 없는한 제조업체는 유지보수를 제외하면 큰 투자가 필요없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돈을 버는 길이란 뜻이다. 기업 입장에선 해당 제품을 오래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이익이다. 포터나 다마스같은 모델이 왜 그렇게 변화가 없는지도 설명된다.


 이러한 기업의 등을 떠밀어 경쟁을 붙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저탄소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으로 미루며 국산차 업계에 숨통을 터줬다. 온실가스 배출과 연비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2020년까지의 일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번 국산차 업계는 기존 파워트레인들을 여전히 팔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을 시키고 규제를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업체들의 이익을 봐주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격적인 기술 경쟁을 하고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오히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보다. 연비 뿐만 아니다. 안전과 같은 생명에 직결되는 규제 역시 늦장부리긴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세단인 캠리의 경우 무려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엄격한 충돌 시험을 도입해서 업체들이 안전에 타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개나 소나 다 1등급을 받고 어떤 차가 더 안전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기술 경쟁에 뒤진 국산차를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하고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며 수입차들은 그러는 사이 국산차와의 '차별화'를 무기삼아 비싼 가격을 받는다. 반독점을 이유로 아우디에 400억이 넘는 벌금을 때린 중국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편의 사항만 따지며 자동차가 지켜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행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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