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트림에만 제공될 것으로 보이는 LED 테일램프 |
말리부는 연이은 쉐보레의 신차 출시에 있어서 2011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중요한 차종이다. 한국GM의 중형차는 토스카 단종 이후 다른 후속 차종 없이 공백 상태로 있었으므로 말리부는 쉐보레의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한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콜벳이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엔 무리인 슈퍼카임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곧 신차가 나올 예정이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과거만큼 강력한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쏘나타가 건재하고 K5는 이미 중형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이미지 마케팅을 아직까지 써먹고 있는 SM5도 여전히 어느 정도 소비자층을 구축하고 있다.
큰 차 선호 현상이 강한 한국에서 중형이란 중산층을 대표하는 차급인 동시에 가족나들이, 출퇴근, 아줌마들의 장보기,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힘도 좋아야하는 까다로운 포지션이다. 거기다 남들 시선을 유독 신경쓰며 꿀리기 싫어하는 한국 시장 특유의 허세를 충족시켜야하고 그러면서도 돈은 아껴야한다는 앞뒤 안맞는 정신세계를 만족시키려면 있어보이는 디자인에 편안한 공간과 넉넉한 트렁크 그리고 연비까지 좋은 만능차여야 한다.
이런 까다롭기 그지없는 조건을 말리부는 통과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으로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꽤 있다.
우선 디자인. 최근 쉐보레의 디자인은 앞뒤가 약간 따로논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크루즈와 아베오에서도 그랬고 이번에 나올 말리부 역시 공통적인 모습이다. 크루즈와 아베오는 전면부는 만족스러웠으나 후면부가 부족해보였고 말리부는 앞뒤를 따로 보면 괜찮지만 합치니까 부족한 느낌이다. 카마로에서 차용한 테일램프는 스포티한 감각을 주고 있지만 강인한 전면과는 통일감이 떨어진다. 테일램프를 좀 더 납작한 모양으로 다듬어 날카롭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크루즈에서도 봤듯이 쉐보레의 차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다.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크거나 터보차저와 같은 과급기를 채용한 엔진으로 여유있게 차체를 움직이게끔 되어있다. 하지만 크루즈는 한국 자동차세금 체계에 맞추려고 1.6L 엔진을 올렸다가 출력 부족으로 아직까지 리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말리부 역시 한국에 출시하기 위해선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190마력의 2.5L 엔진이외에 2.0L 엔진이 필수다. 힘이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선 경쟁 차종 수준의 파워트레인이 필요하다. 한국엔 아우토반도 없고 새벽의 고속도로가 아니면 시속 200km의 속도로 질주할 곳도 없는데 출력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후진국적 자동차 문화가 득세하는 나라다. 아마 말리부의 2.0L 엔진이 150마력을 넘지 못한다면 성질 급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답답해서 '심장병' 걸릴 차라며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다 할지라도 변속기가 그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냐도 문제다. 하이드로매틱 6단 변속기는 원래의 이름보단 '보령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이것 역시 속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변속이 느리고 답답함을 준다는 부분은 분명한 단점이다. 2011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라는 2세대 하이드로매틱 변속기가 말리부에 채용될 것인지, 채용된다면 2세대 변속기는 얼마나 만족감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고 트림이 아니라면 이런 형태의 테일램프가 기본일 것으로 생각된다 |
옵션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알페온의 경우 준대형 차급에선 국내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크루즈 컨트롤이 2012년형에도 추가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다른 차종 역시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경쟁 차종에 비해 너무나 늦게 추가되어 상품성을 떨어트린 바 있다. 신차 효과를 누릴 시기가 다 지난 후 편의사양을 추가한들 소비자의 눈길을 다시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처음부터 메이커가 제공하는 일체화된 편의사양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상 원하는 수준의 옵션이 충분하게 제공치 않는다면 판매량을 늘리기가 힘들 것이다.
마지막은 역시 가격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런칭 이후 체감되는 수준의 상품성 개선은 없으면서도 가격 향상폭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인지 아베오와 캡티바는 경쟁력 부족으로 한달에 500대 이하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말리부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중형이긴 하지만 그랜져와 알페온의 판매량 격차를 생각한다면 방심할 순 없다. 부족한 상품성에 가격까지 높게 책정된다면 아무리 기대를 받고 있는 신차라 할지라도 SM5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K5와 같이 임팩트있는 디자인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선 말리부라는 생소한 신차가 소비자들 눈에 들어오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말리부는 출시까지 딱 일주일이 남았다. 쉐보레 홈페이지에선 D-DAY를 카운트다운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말리부가 쏘나타와 K5를 견제할 경쟁력 있는 차가 되기 위해선 한국GM의 많은 준비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의 대안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만 제대로 읽는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