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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2

이미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위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미국차는 크고 무겁고 기름 많이 먹는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 차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 유독 큰 차 좋아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이지만 정작 미국 본토의 거대한 차들은 어지간한 마초들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것. 실제 수입차 판매는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독일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든 탓에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램 브랜드의 일원이 된 다코다, 남자라면 역시?



 그러면 국내가 아닌 미국 시장은 어떨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리터당 6km 수준의 연비에 4,000cc 이상의 가솔린 트럭들이 항상 판매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일단 베이스로 깔자. 그외에도 기름 많이 먹는 차는 여전히 꽤 팔리고 있다. '미국은 기름값이 싸니까 그런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기름값이 싼 이유만은 아니다.


 흔히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로비로 버텨왔다.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선 신기술을 개발해야하고 기술 개발에는 큰 돈이 들어가므로 정치인을 구워삶아 친환경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술 개발을 미룰수록 기존 제품을 좀 더 팔아먹을 수 있고 이것은 단기적으로 좀 더 높은 수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이었던) 미국에 연비 좋고 저렴한 일본차들이 세력을 넓히면서 빅3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그나마 일본차들에 대항해 서서히 회복되어가던 그들에 치명적인 한방이 터졌으니 그게 2008년 경제 위기다.


 경제 위기는 빅3를 죽음의 문턱으로 이끌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고 포드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전격Z작전에 등장하여 국내에서도 유명했졌던 GM의 폰티악 브랜드는 폐기되었고 소형차 프로젝트로 시작됐던 새턴 역시 사라졌다. 허머는 중국에 팔렸으며 사브도 네덜란드에 팔려나갔다. 포드는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도 기업에 넘겼으며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오바마는 빅3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위태롭던 빅3가 어떻게 현대기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단걸까. 핵심은 돈이다. 기술 개발을 늦추고 단기적인 이익만 생각하던 빅3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의해  목숨을 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은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된 것이었다.


 2011년 7월말 오바마는 각 자동차 회사의 대표들과 함께 2025년까지 차량 평균 연비를 현재의 약 2배 수준으로 개선시키기로 한 연비 기준을 공개했다. 이것으로 미국 빅3는 트럭 판매와 돈놀이가 아닌 자동차 본연의 기술과 혁신을 위해 뛰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대가 간신히 만들어낸 하이브리드. 하지만 경쟁자들은 이미 달리고 있다.


  기름 많이 먹고 덩치만 컸던 미국차들. 다이어트를 강요받았다. 부족한 경쟁력으로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축이었던 빅3가 친환경이란 무기도 쥐게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차들의 성능과 연비에 별 매력을 못느끼고 국산차를 구입했던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도 한국차에 매력을 못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국산차뿐만 아니라 일본차 역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위협은 현대기아에게 더 크게 느껴질듯 하다. 토요타가 프리우스를 11년전에 내놓고 하이브리드 기술을 연구할 동안 현대기아는 뭘 했나. 올해 들어서야 간신히 내놓은 쏘나타 하이브리드. GDI 엔진으로 앞서가는 시늉을 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선 뒤쳐져있다. 앞으로도 지속될 고유가 시대에 메이저 업체들에 끼여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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