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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1

세력을 넓히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명확한 한계



 HP가 webOS를 오픈소스화 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주류가 되진 못했지만 webOS도 그렇고 노키아와 인텔이 개발하던 미고도 그렇고 그냥 사장되기엔 너무 아까운 OS들이다. 실제 제품을 만져본 경험을 없지만 구동 영상을 보면 누가봐도 안드로이드보다 webOS가 완성도가 높고 좋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라는 측면에 구글 특유의 공대생 마인드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만큼 사용자가 너무나 많은 관리를 해야하는게 스트레스다. 모든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돌아가는 일체감도 크게 떨어진다.
 이미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잠식한 마당에 이런 이야기해봐야 다 부질없는 소리긴하겠지만 스마트폰이란건 편하자고 쓰는건데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하기 이전에 사람 머리부터 아프게 만드는 것같다. 안드로이드 마켓이 100억 다운로드를 돌파할 정도로 플랫폼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는 사람들이나 OS의 커널 이 어쩌구 버전이 저쩌구했지 일반 사용자가 이런거에 관심을 둬야 될, 알아야 될 이유나 필요가 있나.
 윈도폰이나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의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건 역시 폐쇄적이지만 그만큼 직관적이고 일관된 사용자 환경을 보장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제조사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질 수 있는 반면 기업이나 특정 업무를 위한 곳에선 통일되지 않은 사용 방식으로 인해 도입이 힘든건 약점이다. MS가 손해를 무릅쓰더라도 콘솔 게임기 시장에 진입하던 것처럼 공격적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피스, 아웃룩과 연동이 좋은 윈도폰의 장점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윈도폰과 아이폰은 MS와 애플이 모든 기기의 업그레이드를 직접 통제하는 것에 비해 안드로이드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다. 애초에 소프트웨어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제조사의 입장에선 입맛대로 만들어 팔 수 있다는 무기를 얻는 대신 지금까지 지지않았던 책임도 떠안게 된다. 이런 무기를 그나마 어느 정도 자기 것으로 만든 회사는 레퍼런스폰을 만든 경험이 있는 hTC나 삼성정도일뿐 그 이외의 제조사들에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LG가 헬지라고 불리며 고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좀 더 규격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금도 무수히 많은 단말기들로 인해 파편화되고 앱들의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나오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합하는 시도를 했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제조사들의 역량도 소비자들의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각종 포럼에서 쏟아내는 커스텀 펌웨어들은 말이 좋아 커스터마이징이지 어설프게 만든 폰들을 유저가 완성시키는 꼴이다. 이제라도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공짜'라는 사실보단 경쟁사들에 비해 떨어지는 '완성도'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11/11/23

연비 측정법 변경? 수동, 디젤, 소형차도 신경써라


 그동안 '뻥연비'로 불려오던 공인 연비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발상은 누구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실 과거 미국의 연비 측정법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을 지금까지 유지해오다 한미 FTA한다니까 미국 눈치때문에 바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웃긴 꼴이긴 하다. 어쨌든 새로운 연비 기준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때문에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풀옵션이 1700만원이 넘는 경차 레이. 새 기준으론 리터당 13km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비 기준만 바꾼다고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패턴이 단기간에 변화되진 않으리라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기름값 비싸다는 불만이 아무리 쏟아져도 여전히 중형차, 준대형차가 잘 팔리고 수동 변속기는 찾아보기 힘들며 디젤은 더럽다는 편견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현실은 정책적인 유도가 없다면 바뀌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나마 최근엔 디젤 수입차들이 판매량을 높여가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산차들은 디젤 차종을 내놓는데 인색하다. 물론 여기엔 심리적으로 가격적인 저항도 존재한다. 500원하던 과자가 600원 700원 되는건 이해할 수 있어도 자동차는 가격의 단위가 다르다.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원래부터 비싸다는 생각을 가진 수입차와 달리 국산 준중형은 1천만원대, 중형은 2천만원대라는 무의식적인 가격 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솔린 엔진보다 단가가 높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들을 출시한다면 판매량이 나오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크루즈의 디젤 라인업은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대부분 비싸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한국GM의 크루즈 디젤 모델의 경우 타 본 사람들의 경험으로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긴 했지만 그것이 실제 판매로 충분히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국GM이 현대기아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분명 거기엔 준중형이 2천만원이 넘는다라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수입차 판매량 상위권에는 폭스바겐의 소형 디젤 라인업들이 포진해있는 아이러니라니.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생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소형차와 수동 변속기의 홀대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차가 작다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준중형에 비해 그리 싸지도 않으면서 다른 혜택은 주어지지 않아 판매량이 나오기가 힘들다. 또 자동차가 많아지며 정체가 심해질수록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 변속기를 고집하는 운전자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제도 개선을 통해 판매를 촉진시킬 순 없을까? 경차처럼 취등록세를 면제까진 아닐지언정 연비가 좀 더 높은 이런 차들에 대해 50% 수준의 감면 혜택정도는 주어야 한다고 보인다. '기름 아껴 쓰자'라는 말을 백번천번하는 것보다 실제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소비 패턴을 바꾸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친환경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값 비싼 하이브리드같은 차들을 권하기전에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비 측정법을 변경하여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형 디젤차와 같은 '지금 당장 구입할 수 있는' 차들의 판매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아끼라는 강요만 한다면 제대로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지만.



KT의 2G 종료, 소비자들도 생각을 바꿀때가 됐다



 LTE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은 KT가 2G 사용자들을 무리하게 쫓아내고 있다는 말이 많다. 확정되지도 않은 서비스 종료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말한다거나 3G로 전환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전화가 끊길 것처럼 협박을 늘어놓는 등 행패가 심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것이 내 돈 내고 내가 쓰겠다는데 왜 그러냐는 식의 불만만 폭발시킬 문제가 아니라 KT라는 기업, 더 나아가서는 정부 차원의 고민으로 봐야한다고 본다. 1차적으로 주파수는 국가의 재산이다. 그리고 그 주파수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과거 유선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해 다른 국가보다 한발 앞선 IT 활용을 했던 것처럼 모바일 시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겨우 15만명만이 사용 중인 2G 서비스를 위해 4G 기술을 이용하면 몇백만명이나 사용 가능한 주파수를 놀린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 아이폰이 국내에 등장했을때의 상황을 보라. 우리나라는 이통사와 삼성, LG같은 대기업의 돈벌이 논리에만 휘둘리다 뒤늦게 스마트폰 대응에 나섰고 그 결과 애플이라는 어려운 라이벌을 스스로 만들게 되지 않았나. 4G 시대도 마찬가지다. 통신망을 빨리 활성시켜야 그와 관련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들도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이 IT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같은 해외 서비스가 국내 시장을 점령해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온라인 게임 등과 같이 우리가 잘 하는 부분에서 해나가야하고 그것은 특화된 통신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버티면 된다, 버티면 뭔가 더 해줄 것이다라는 그런 '꼼수'를 부릴 이유가 없다. 그리고 꼼수를 부려봐야 더 돌아오는 것도 없다. 마치 장사 접고 간판 내린 가게 매장안에 앉아 왜 밥 안주냐고 소리 지르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KT가 '고객을 털자'의 줄임말이라며 쓰레기 회사라고 욕하는 것도 이해못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2G는 KT뿐만 아니라 SKT나 LGU+ 역시 강제 종료를 할 과거의 기술이다. 무조건 돈냈으니까 다 된거 아니냐는 생각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한 시대엔 변화를 하는 것도 올바른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2011/11/14

애플이 TV를 출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구구절절한 말들 다 치우고 본론부터 까보자. 일단 TV라는 것은 강남의 모 아파트에 사는 주부부터 시골에서 배추 뽑다 집에 돌아와 전국노래자랑을 보실 할아버지까지, 채널 돌리고 볼륨 조절하는 것이 TV 조작의 99%다. TV가 개발된 이후 우린 전원, 음량 버튼, 채널 버튼을 조작하는걸 당연하게 여겨왔고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것보다 더 간편한 조작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애플이 TV에 혁신을 가져온다면 또는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결국 리모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아이폰의 생태계는 스마트 시대의 표준이 되었고 경쟁사들은 그걸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건 죽었건 특유의 스타일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잡다한 기능 버튼을 늘어놓고 '이것도 됩니다!'라고 떠드는 것을 싫어하는 애플이 리모콘에 그렇게 많은 버튼을 넣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하게 만들고 그 단순함에서 멋을 찾아냈던 전례들을 보자면 애플이 만들 리모콘은 매직 마우스와 같이 아주 매끈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표면을 터치하여 좌우, 상하로 스크롤링하는 것으로 음량과 채널을 한다던가 또는 3축 자이로 센서 등을 활용하여 좌우, 상하로 흔들어 조작하는 것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거기다 아이폰4S에서 보여준 시리는 개인 비서를 넘어 입력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TV와 같이 키보드, 마우스가 어울리지 않고 직접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불편한 기기에선 음성만큼 효과적인 입력 수단이 없다. 리모콘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키 입력이 필요한 부분은 음성으로 처리하는 것이 편리하다.



애플의 매직 마우스. 애플이 리모콘을 만든다면 이런 센스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편의성은 아이튠즈 스토어로 이어질듯 하다. 아이팟이 음악, 아이패드가 책을 집어삼켰다면 애플이 내놓을 TV는 영상 컨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IPTV같은 발전이 더딘 경쟁자들을 밀어낼 것으로 보인다. MS와 소니, 닌텐도가 경쟁 중인 콘솔 게임기 시장 역시 아이폰이 보여준 게임 시장에서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위협적일 수 있다. 일본 기업을 물리치고 거실을 차지하겠다는 MS의 전략이 다른 방향에서 좌초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iCloud는 애플의 TV를 기존의 제품들과 융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애플 계정 하나로 모바일과 거실을 잇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수 있다면 압도적 우위를 점할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잡스였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애플이 미래에 잡스가 추구했던 통합된 환경을 TV로 이뤄낼 것인지, 경쟁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비슷한 아류작들에게 따라잡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애플이 앞서가고 있는건 사실이다.



2011/11/03

알페온 e-Assist, 대안의 대안인가?






 알페온 e-Assist는 프리우스같은 스트롱 하이브리드차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저렴한만큼 연비 개선효과는 크지 않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차이다. 토요타나 혼다 또는 국내의 현대기아차들은 리터당 20km 이상을 가는 스트롱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내는데 정신이 팔려있지만 GM은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보여준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당장 하이브리드차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격적인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국산차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만 하더라도 차값만 3천만원에 달한다. 쏘나타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중산층을 상징하는 가장 평범한 중형차 아니었던가. 그런 쏘나타를 최소 3천만원이상을 줘야 탈 수 있다면 팔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기름값을 아끼려고 효율 좋은 새 차를 살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기름값이 하는게 더 싸게 먹힌다.


 어쨌건 알페온 e-Assist는 그런 스트롱 하이브리드차들의 약점을 노렸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개발된 모델을 기반으로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용량이 작은 배터리 등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격 상승 요인이 적다. 정부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의 가격차는 몇백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몇백만원 저렴한 중형 스트롱 하이브리드차와 준대형 마일드 하이브리드차. 연비라는 측면을 본다면 당연히 알페온 e-Assist가 불리하다. 하지만 크지 않는 가격차로 차급을 한단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큰 차 좋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더군다나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천만원이나 더 주고도 중형일뿐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그런 장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거기에 덩치 큰 알페온이 급가속, 출발 등 연료 소모가 큰 구간에서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아 힘을 낸다는건 주행 성능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준대형의 차체에 아무래도 2.4리터의 가솔린 엔진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저rpm에서 낮은 토크를 내는 가솔린 엔진의 단점을 전기 모터로 보완하는건 하이브리드의 기본 . 전기 모터가 저속에서 디젤 엔진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토크를 내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저속에서의 토크감은 좀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부분으로 봤을때 알페온 e-Assist는 적절한 자리에 위치했다고 할 수 있다. 오직 연비를 위해 주행의 재미를 버린 토요타 프리우스나 혼다 인사이트같은 스트롱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로 가기 위한 중간에 위치해있는 대안이라고 봤을때 알페온 e-Assist는 그 징검다리들도 아직 이르다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여전히 큰 덩치와 일반적인 주행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연비도 좀 더 신경 쓴, 대안의 대안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10/22

강화되는 연비 기준, 부담은 소비자만?



새롭게 추가되는 프리우스의 왜건 2012 토요타 프리우스 v. 조금 더 넓어지고 길어졌다.


 연비 기준을 강화시키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고 석유 고갈로 인해 몇십년후엔 현재 우리의 생활 모두가 영향을 받을꺼란 경고를 수십수백번도 더 들었다. 거기에 일본의 원전 사태까지 겹쳐 깨끗하면서도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열풍의 이유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 100년은 더 석유의 시대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석유 탐사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과거의 지식인들은 잠시 망각했던 모양이다. 어쨌건 그런 사실들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연비를 생각해보자. 친환경도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도 연비를 깐깐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기존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기술들이 하나씩 뜨고 있다. 최신의 컴퓨터와 접목된 기술들이 정교하게 튜닝되어 대중차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직분사도 그렇고 터보차저도 그렇고 디젤 엔진의 장점을 가솔린 엔진에 옮긴 HCCI 엔진이나 가변압축비 엔진같은 신개념의 엔진들도 연구되고 있다.



쉐보레 볼트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좋은 대안이긴 하다. 가격만 빼고...



 리터당 20km는 더 이상 놀라운 숫자가 아니다. 유럽의 클린 디젤차들은 이미 이정도의 연비를 실현했고 국산 하이브리드들 역시 공인 연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연기 기준을 강화시키며 연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힘도 부족하지 않고 연비도 괜찮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이상적인 차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좋은 기술들도 결국은 소비자의 지갑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행 중인 다운사이징 유행은 가솔린 엔진에도 디젤 엔진과 마찬가지로 터보차저같은 과급기를 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고 차가 멈춰있을때 엔진을 꺼서 연료 소모를 줄여주는 ISG,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회수하는 회생제동 시스템, 8단이상의 고단 변속기나 구동손실률이 낮은 듀얼클러치 변속기,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한 각종 경량 소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모터와 배터리 등 연비를 높이는데 좋은 기술들인 동시에 자동차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연비가 좋은 대신 몇년을 타면 이득이란 자동차 회사의 말에 낚이지 말자. 배터리가 비싸다한들 자동차 회사가 공짜로 주는게 아니다. 비싼 부품으로 차를 만들면 자동차 회사는 더 비싸게 판다. 손해볼 것이 없다. 왜 소비자 주머니만 친환경에 기여해야할까. 이미 자동차 가격은 오를만큼 많이 올랐다. 새로나오는 신차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고 연비가 좋다고 하지만 그 돈으로 기름값을 하면 지금 타는 차를 10년이상 몰고도 돈이 남을 것이다. 얼마나 연비 좋은 차를 만들어내느냐보다는 어느 정도로 가격을 현실화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크다.



기름 아끼자고 3천만원이 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살빠엔 그 돈으로 기름값이나 하자.


 결국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얼마나 확대되느냐에 달렸다. 말로만 친환경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하이브리드라는 중간단계를 지나 전기차의 시대가 온다면 그때도 충전소 건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인가? 연비가 좋은만큼 소비자가 돈을 더 내면 된다는 발상만으로는 답이 없다.


2011/10/11

자동차 업계에도 스티브 잡스가 나타날까






 스티브 잡스가 죽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음 직전까지 보여줬던 열정, 혁신을 위한 노력, 새로운 제품 그리고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한 선지자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를 찬양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사실 무지의 산물이라고 본다.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혁신은 없는 것을 만들어낸 창조의 개념이 아니라 아니라 단순히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남과 다른 천재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10여년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왜 문자 메시지가 '받은 메시지함' 와 '보낸 메시지함'로 나눠져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MSN이나 네이트온같은 메신저를 보더라도 대화를 하려면 대화창을 열어야하고 그것은 사람마다 구분이 되어있어 개별적인 공간을 가진다. 하지만 기존 휴대전화에선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 받고 그것을 다시 보려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메시지의 시간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대화 순서를 생각해야 했다.


 이것이 개발자들의 접근 방식이다. 코딩을 하는 입장에서 어떤 값(상대편이 나에게 보낸 문자)이 들어오면 이걸 A에 둔다. A는 '받은 메시지함'이다.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낸다. 이것은 B라는 공간에 둔다. B는 '보낸 메시지함'이다. 만드는 입장에선 이것이 당연할수 있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렇게 써라는 말이다. 반대로 사용하는 입장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구성이다.







 아이폰의 문자 메시지 앱이 말풍선을 도입한 첫번째 휴대전화인진 모르겠다. 누가 먼저였는지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폰의 잘 꾸며놓은 말풍선 UI는 대세가 되었고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결코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시도다. 애플을 삼성과 비교하고 애플팬들을 앱등이로 몰아붙이며 비하하는건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갈 수 있으니 배타고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바보란 말과 같다. 애초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누가 그곳에 새로운 땅이 있을껄 알았겠는가.



 그럼 자동차로 이야기해보자.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눈곱만큼이라도 스티브 잡스와 같은 방식으로 제품에 접근하는 기업이 있나. 안타깝게도 없다. 자동차는 하루가 다르게 전자제품처럼 빠르게 변해가는데 아직까지도 자동차는 철저한 제조업의 마인드로 개발되고 있다. 원가 절감과 투자의 효율성, 조직의 경직성에 묶이고 개발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한 차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기본적으로 아이팟 연결을 지원한다. 아이팟을 USB로 연결하면 차가 아이팟을 인식하고 저장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것은 차량이 출시될 시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 신형 아이팟이 나오면 그건 인식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차를 개발했다면 분명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어도 USB로 연결하는 아이팟이 계속 출시되는 한 지원을 했을 것이다.



100km 넘는 속도로 달리다가 고개를 숙이고 크루즈 컨트롤을 조작하라는 SM7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운전자가 주행에 필요한 버튼이 있다면 스티어링 휠이나 그 주변에 배치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운전자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모든 조작을 할 수 있게끔 말이다. 단순히 조작의 편의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배치이다. 하지만 신형 SM7의 크루즈 컨트롤 버튼은 기어노브 옆에 있다. 만약 내가 CEO였다면 그런 설계를 한 멍청이들은 당장 해고 시켰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100% 직원들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모두가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건 아니다. 시간만 보내다 집에 가는 사람, 혼자서만 열심히 하는 사람, 별거 아닌 자신의 능력을 대단한듯 떠벌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모든 직원들에게 잡스와 같은 완벽주의를 요구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누군가는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 중 그런 사람이 없다면 SM7의 크루즈 컨트롤 버튼같은 결과물이 나온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조직을 관리하는건 엄격하기만 하면 된다. 업무를 지시한다.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만든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문제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곳에 감동은 없다. 단지 상품만이 존재한다. 직원들도 부품이 된다.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성공을 하자 스티브 잡스같은 인재를 만들어야 된다고 난리다. 하지만 우리만 모를뿐 이미 스티브 잡스같은 인재는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취직을 위해 지방잡대의 어느 독서실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찾으려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슬픈 이유다.





2011/10/10

당신이 DCT에 열광해야하는 이유



 최근들어 직분사, 터보차저와 더불어 자동차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라면 단연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라고 할 수 있다. DCT는 폭스바겐이 대중차로는 가장 폭넓게 적용하며 기술적으로 앞서나가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큰 영향을 줬다. DCT는 자동차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홀수와 짝수의 단을 전담하는 2개의 클러치를 이용하여 기존 자동 변속기보다 월등히 빠른 변속을 보여주는 변속기다. 그로 인해 좀 더 다이나믹하고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DCT를 적용한 벨로스터. 차에 대한 평가는 별로지만...




 그러나 DCT를 적용함에 있어 단순히 변속 시간이 빠르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DCT의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자동 변속기와 결정적인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구동손실률을 수동 변속기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므로 연비를 좀 더 좋게 만드는 잇점이 된다.



포드의 포커스는 미국 브랜드답지 않게 빠르게 DCT를 탑재했다.


 우리가 흔히 오토라고 부르는 자동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를 사용한다. 돌아가는 선풍기앞에 바람개비를 갖다대면 바람개비가 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구조는 기계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수동 변속기에 비해 구동손실률이 클 수 밖에 없다. ZF나 아이신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의 변속기를 탑재했다는 차량들조차 최소 10% 이상의 구동손실률을 보이며 차종에 따라 20% 이상의 구동손실률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DCT는 다르다. 수동 변속기와 마찬가지로 10% 이하, 더 나아가서는 5% 수준의 구동손실률을 실현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휠마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140마력의 엔진을 가진 어떤 차종의 구동손실률이 20%라면 실제 계측기에서 측정되는 차량의 출력은 112마력이다. 하지만 120마력의 엔진을 가진 어떤 차량의 구동손실률이 5%라면 실제 차량의 출력은 114마력이 된다. 출력이 더 낮은 엔진을 가지고도 실제 체감되는 힘은 더 클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DCT는 최근 다운사이징 유행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폭스바겐의 골프 블루모션을 보더라도 1.6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되어 출력은 105마력 불과하지만 출력 부족으로 인해 주행에 스트레스를 느낄 일은 없다. 거기다 배기량을 낮춘 덕분에 리터당 21.9km에 이르는 연비도 실현해냈다.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DCT를 도입하려는 이유도 연비를 향상시키기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 DCT만큼 효과적인 변속기는 없기 때문이다.



2011/10/06

말리부, GM의 정치적 결정이 만든 아쉬움





 말리부 신차 발표회를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면서 든 생각은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적지 않은 '심장병' 소리가 나올꺼란 것이었다. 경쟁 차종 대비 무거운 차체 중량, 가속의 답답함과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기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엔진 출력, 수동 변속기는 없고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가격까지. 기대했던 사람에겐 실망을 줬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겐 비아냥거릴 껀수였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발표됐던 190마력의 신형 2.5리터 엔진이 탑재되진 않을꺼라는 추측은 대부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리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오펠 인시그니아의 파워트레인을 봤을때 다운사이징이란 세계적 유행을 따라간다면 178마력의 1.6리터 터보 엔진정도는 나와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터보 엔진이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도입이 힘들다면 크루즈의 1.6, 1.8 라인업과 같이 국내 자동차 세금 체계와는 맞지 않겠지만 2.4를 되도록이면 낮은 가격으로 출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가 2천만원대 후반의 가격대이므로 말리부 2.4 최하 트림을 2,400~2,500만원정도로 출시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여전히 자연흡기엔진의 부드러움을 원하는 사람이 조금은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GM은 이런 저런 가능성을 모두 접고 깔끔한(?) 라인업을 내놨다. 현재 알페온에 탑재되는 2.4리터 SIDI 엔진에서 직분사를 제거한 모델을 말리부 2.4에 탑재하고 (캡티바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 엔진과 베이스가 같다) 거기서 다시 배기량을 줄여 2.0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런 결정은 상위 모델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판매 간섭도 생기지 않으며 하나의 엔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단가 절감에도 좋다. 또 기본이 된 2.4리터 SIDI 엔진 자체도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한 쓸만한 엔진이다. 근데 문제는 단지 그뿐이란 것이다.










 현재 말리부를 기다리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것을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라 느끼고 있다. 190마력의 신형 엔진을 올리기로 한 모델에 굳이 있던 엔진조차도 칼질하여 출시할 이유가 있느냔 말이다. 거기다 말리부와 알페온은 그런 차별을 주지 않더라도 1천만원 이상의 가격차로 인해 충분히 차급을 달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만 쏟아질 어설픈 상품성은 신차 효과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쟁자인 현대기아차는 직분사 엔진을 대다수의 차종에 투입하며 마치 직분사가 자신들이 선도해 나가는 기술인듯 마케팅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직분사가 아니면 구형이라는 수준까지 눈높이가 올라가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GM이 생각한다면 생산 단가나 경영의 효율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터보까진 아니더라도 직분사는 넣었어야하지 않을까. 크루즈 1.6과 같이 출력 부족으로 말리부에 문제가 생기면 쉐보레는 중형 시장마져 완전히 내주게 될지 모른다.





 어찌됐건 말리부는 우려했던대로 출시됐다. 기대했던 디젤 라인업도 등장하지 않았다. 편의 사양은 보강되었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정도로 매력적인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좀 더 강한 힘을 내는 2.4리터 엔진은 3천만원이 넘는 최고 트림만 존재한다. 과연 이런 상품성으로 크루즈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처럼 말리부 역시 안전을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선택받는 길을 걷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2011/09/27

쉐보레 말리부의 성공 조건?



최고 트림에만 제공될 것으로 보이는 LED 테일램프



 말리부는 연이은 쉐보레의 신차 출시에 있어서 2011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중요한 차종이다. 한국GM의 중형차는 토스카 단종 이후 다른 후속 차종 없이 공백 상태로 있었으므로  말리부는 쉐보레의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한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콜벳이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엔 무리인 슈퍼카임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곧 신차가 나올 예정이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과거만큼 강력한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쏘나타가 건재하고 K5는 이미 중형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이미지 마케팅을 아직까지 써먹고 있는 SM5도 여전히 어느 정도 소비자층을 구축하고 있다.






 큰 차 선호 현상이 강한 한국에서 중형이란 중산층을 대표하는 차급인 동시에 가족나들이, 출퇴근, 아줌마들의 장보기,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힘도 좋아야하는 까다로운 포지션이다. 거기다 남들 시선을 유독 신경쓰며 꿀리기 싫어하는 한국 시장 특유의 허세를 충족시켜야하고 그러면서도 돈은 아껴야한다는 앞뒤 안맞는 정신세계를 만족시키려면 있어보이는 디자인에 편안한 공간과 넉넉한 트렁크 그리고 연비까지 좋은 만능차여야 한다.


 이런 까다롭기 그지없는 조건을 말리부는 통과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으로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꽤 있다.


 우선 디자인. 최근 쉐보레의 디자인은 앞뒤가 약간 따로논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크루즈와 아베오에서도 그랬고 이번에 나올 말리부 역시 공통적인 모습이다. 크루즈와 아베오는 전면부는 만족스러웠으나 후면부가 부족해보였고 말리부는 앞뒤를 따로 보면 괜찮지만 합치니까 부족한 느낌이다. 카마로에서 차용한 테일램프는 스포티한 감각을 주고 있지만 강인한 전면과는 통일감이 떨어진다. 테일램프를 좀 더 납작한 모양으로 다듬어 날카롭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크루즈에서도 봤듯이 쉐보레의 차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다.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크거나 터보차저와 같은 과급기를 채용한 엔진으로 여유있게 차체를 움직이게끔 되어있다. 하지만 크루즈는 한국 자동차세금 체계에 맞추려고 1.6L 엔진을 올렸다가 출력 부족으로 아직까지 리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말리부 역시 한국에 출시하기 위해선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190마력의 2.5L 엔진이외에 2.0L 엔진이 필수다. 힘이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선 경쟁 차종 수준의 파워트레인이 필요하다. 한국엔 아우토반도 없고 새벽의 고속도로가 아니면 시속 200km의 속도로 질주할 곳도 없는데 출력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후진국적 자동차 문화가 득세하는 나라다. 아마 말리부의 2.0L 엔진이 150마력을 넘지 못한다면 성질 급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답답해서 '심장병' 걸릴 차라며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다 할지라도 변속기가 그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냐도 문제다. 하이드로매틱 6단 변속기는 원래의 이름보단 '보령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이것 역시 속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변속이 느리고 답답함을 준다는 부분은 분명한 단점이다. 2011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라는 2세대 하이드로매틱 변속기가 말리부에 채용될 것인지, 채용된다면 2세대 변속기는 얼마나 만족감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고 트림이 아니라면 이런 형태의 테일램프가 기본일 것으로 생각된다




 옵션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알페온의 경우 준대형 차급에선 국내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크루즈 컨트롤이 2012년형에도 추가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다른 차종 역시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경쟁 차종에 비해 너무나 늦게 추가되어 상품성을 떨어트린 바 있다. 신차 효과를 누릴 시기가 다 지난 후 편의사양을 추가한들 소비자의 눈길을 다시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처음부터 메이커가 제공하는 일체화된 편의사양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상 원하는 수준의 옵션이 충분하게 제공치 않는다면 판매량을 늘리기가 힘들 것이다.















 마지막은 역시 가격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런칭 이후 체감되는 수준의 상품성 개선은 없으면서도 가격 향상폭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인지 아베오와 캡티바는 경쟁력 부족으로 한달에 500대 이하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말리부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중형이긴 하지만 그랜져와 알페온의 판매량 격차를 생각한다면 방심할 순 없다. 부족한 상품성에 가격까지 높게 책정된다면 아무리 기대를 받고 있는 신차라 할지라도 SM5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K5와 같이 임팩트있는 디자인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선 말리부라는 생소한 신차가 소비자들 눈에 들어오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말리부는 출시까지 딱 일주일이 남았다. 쉐보레 홈페이지에선 D-DAY를 카운트다운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말리부가 쏘나타와 K5를 견제할 경쟁력 있는 차가 되기 위해선 한국GM의 많은 준비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의 대안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만 제대로 읽는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이다.





2011/09/21

포드 포커스, 가격만 빼면 수준급?











 포커스는 엠블렘을 보기전엔 포드의 차라는걸 알기 힘들 정도로 물빼기에 노력한 모델이다. 유럽 포드가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을 모르더라도 기존 포드의 차들과는 조금은 다른 디자인 감각이다. 전반전인 분위기는 약간의 '복잡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직선 위주의 단조로움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선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했다. 이런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최근 신차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포커스의 전면부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후면부 역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루프 라인이 만나는 만나는 테일 램프의 모습은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다. 조금만 더 조잡함을 털어낼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닛산 쥬크와 같이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오버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테일 램프와 맞물리는 주유구의 디자인은 꽤나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흔히 미국차들이 과도하게 번쩍이는 크롬을 이리저리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해야겠다. 전면과 후면이 따로 놀지 않는 통일된 이미지를 이룬 것은 점수를 줄만하다. 일단 디자인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일은 적을 것같다.



닛산 쥬크의 후면부. 포커스도 좀 더 오버했다면 이랬을 수 있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의 영향으로 상당한 전진감을 주고 있는데 손잡이 부분을 관통하는 라인과 테일 램프를 잇는 라인을 별도로 그려 단조로움을 피한 것이 좋다. 디자인적 만족도는 꽤나 높다.













 실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특별히 거부감이 느껴진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고급스럽지도 않다. 세로 모양의 송풍구는 좋게 말하면 젊은 감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왠지 안정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날렵한 것도 좋지만 좀 더 조화로운 형태였으면 어땠을까.








 미국차는 상대적으로 최신 유행에 느리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포드만은 예외였다. 에코부스트라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내놓으며 GM과 크라이슬러에 비해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만큼 포커스 역시 이런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포커스에는 162마력 듀라텍 2.0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올라가있는데 미국차가 아반떼급 소형차에 직분사 엔진 라인업을 꾸린 것은 확실한 변화다. 또 여기에 폭스바겐 이외의 타 대중차 브랜드에선 아직 만나보기 힘든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매칭되어 있다는 점은 이것만으로도 괜찮은 상품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리터당 13.5km인 공인 연비. 최근 워낙 연비가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오는 탓에 썩 감동적인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경쟁 차종에 비해 밀리지 않는 연비를 보여주는 것에서 점수를 준다면 준달까.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치고는 약간은 부족한 수준이다. 차라리 국내에서 중형차로 분류될 2.0L 엔진보단 출력은 조금 줄어들더라도 150마력의 1.6L 에코부스트 터보 엔진이 올라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과거의 포드와는 다르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부분이 확실히 늘어났다. 젊은층이 반응할만한 스포티하고 다이나믹한 디자인에 직분사와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가미된 최신 파워트레인,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차량 전체가 와이파이존이 되는 등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차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980~3,64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은 큰 걸림돌이다. 국산 준대형들을 밀어내고 독일차라는 프리미엄도 버리고 이 차를 선택할 사람이 많을 것같진 않다. 높은 가격으로 콧대를 세워놓고 차가 안팔려 연말에 떨이하듯 수백만원씩 할인해주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가격을 낮추고 판매대수를 늘릴 생각을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제 가격을 주고 샀던 초기 구매자 뒤통수 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나.






2011/09/15

좋은 차가 정말 잘 팔릴까?



 얼핏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듯 하다. 하지만 좋은 차가 잘 팔린다는 말은 현실을 부정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정말 좋은 차가 잘 팔린다면 지금의 상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차들 그 중에서도 대표 주자인 GM은 77년간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군림했지만 방만한 경영을 펼친 끝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부도 위기에 내몰렸었다. 그런 GM이 올해 다시 내줬었던 1위 자리를 되찾을꺼란 예상이 나오는건 어떤 이유일까. 또 30~40년전만 하더라도 전투기를 만들던 모노코크 바디 기술에 수평 대향 엔진을 갖춘 스바루에 비하면 조잡한 수준에 머물렀던 토요타가 혼다, 닛산 등 일본 시장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친건 왜일까.



쉐보레 실버라도, 쉐보레는 가장 친숙한 미국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건 좋은 차가 잘 팔릴꺼라는 상식이 틀렸단 뜻이다. 국산차 옹호론자들은 현대기아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대중차 브랜드들 중에서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 출력으로 비교하든 연비로 비교하든 상당히 경쟁력 있는 회사들 중 하나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현대기아차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진 않는다. 자동차는 컴퓨터와 달리 출력, 토크같은 숫자 몇가지로만 모든 것을 나타내기엔 힘든 상품이기 때문이다.


 엔진 스펙을 떠들며 미국차는 기름 퍼먹는 귀신에 잔고장이 많고 일본차도 이미 국내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다 따라잡은 수준이라 주장하며 별 것 아닌듯 말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차가 팔려나가는 숫자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각종 언론은 외국에서도 현대기아가 잘 나간다는 기사를 쏟아내며 찬양하지만 아직은 자신들이 뛰어넘었다는 그 외국 기업들을 추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에쿠스의 미국 판매 가격은 약 6천만원. 현대가 고급 브랜드였다면 1억에 내놨겠지.





 시장에서 물건 사는 사람들이 모두 똑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고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본인이 제일 똑똑한줄 알겠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결국 소비자는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지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자동차 관련 사이트들과 블로거들이 자동차에 대해 토론하지만 정작 누구도 차를 구입할땐 그런 것을 참고하지 않는다. 99% 확신 할 수 있다.





리바이스는 지금도 청바지를 통해 젊음의 이미지를 판다.



 모든 이성적인 판단의 결론이 머리속에 들어가 있어도 사람이란 결국 '어 씨발 저거 죽이는데?' 하면서 상품을 결제한다. 그리고 그것엔 이유가 없다. 어떤 스위치가 켜지듯 작동한다. 여자들이 명품 가방 사면서 가죽을 어떻게 처리해서 무슨 실로 바느질을 했는지 따지질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여자들이 비싼 명품 쇼핑하는건 낭비라고 보면서 당신들이 차를 살땐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는건 개그나 다름없다.


 그럼 횡성수설하는 이야기는 접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기술적으로는 이미 비슷한 수준에 오른 메이저 업체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여전히 GM과 토요타가 최강자의 자리에 있는건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역사, 이미지, 친숙함,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능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검은색 T형 포드만 팔던 포드를 밀어낸건 GM의 다양한 색상의 자동차들이었고 스바루의 기술력이 결집된 차를 밀어낸건 조잡한 차에 외관과 옵션으로 상품성을 높인 토요타였다. 처음엔 새로운 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긴 시간에 걸쳐 믿음을 얻고 그런 친숙함을 무기삼아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는 것. 그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처음에 소비자의 눈을 얼마나 잘 현혹시키느냐에 모든게 달린거지 차를 얼마나 잘 만들었냐와는 상관없었다는 말이다.


호불호가 갈릴수는 있으나 이런 디자인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대기아가 최근 디자인에 그렇게나 신경을 쓰고 어떻게든 뭔가 조금 더 '있어'보일라고 노력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라면 쉐보레나 포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눈에, 폭스바겐이나 푸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유럽인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다. 단순히 가격때문에 사는 차가 아니라 역동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파워트레인의 경쟁력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뿐이지 판매량이 늘어난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차에 10단 변속기를 올린들 사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 것과 똑같다. 곤충룩이건 뭐건 어쨌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훨씬 쉽다.


 하지만 껍데기만 중요시하는 일반 대중들과 달리 여전히 기계적으로 좋은 차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회사를 비판하는 상당수의 목소리도 그들의 상품이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아서 나오는 불만이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봐도 상품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결정들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처로는 소비자의 입을 막을 수 없다.


 좋은 차가 잘 팔린다는건 결국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느냐에 달렸다. 우리나라에도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길 바란다.






2011/09/12

이미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위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미국차는 크고 무겁고 기름 많이 먹는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 차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었다. 유독 큰 차 좋아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이지만 정작 미국 본토의 거대한 차들은 어지간한 마초들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것. 실제 수입차 판매는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독일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든 탓에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램 브랜드의 일원이 된 다코다, 남자라면 역시?



 그러면 국내가 아닌 미국 시장은 어떨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리터당 6km 수준의 연비에 4,000cc 이상의 가솔린 트럭들이 항상 판매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일단 베이스로 깔자. 그외에도 기름 많이 먹는 차는 여전히 꽤 팔리고 있다. '미국은 기름값이 싸니까 그런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기름값이 싼 이유만은 아니다.


 흔히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로비로 버텨왔다.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선 신기술을 개발해야하고 기술 개발에는 큰 돈이 들어가므로 정치인을 구워삶아 친환경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술 개발을 미룰수록 기존 제품을 좀 더 팔아먹을 수 있고 이것은 단기적으로 좀 더 높은 수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이었던) 미국에 연비 좋고 저렴한 일본차들이 세력을 넓히면서 빅3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그나마 일본차들에 대항해 서서히 회복되어가던 그들에 치명적인 한방이 터졌으니 그게 2008년 경제 위기다.


 경제 위기는 빅3를 죽음의 문턱으로 이끌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고 포드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전격Z작전에 등장하여 국내에서도 유명했졌던 GM의 폰티악 브랜드는 폐기되었고 소형차 프로젝트로 시작됐던 새턴 역시 사라졌다. 허머는 중국에 팔렸으며 사브도 네덜란드에 팔려나갔다. 포드는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도 기업에 넘겼으며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오바마는 빅3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위태롭던 빅3가 어떻게 현대기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단걸까. 핵심은 돈이다. 기술 개발을 늦추고 단기적인 이익만 생각하던 빅3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의해  목숨을 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은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된 것이었다.


 2011년 7월말 오바마는 각 자동차 회사의 대표들과 함께 2025년까지 차량 평균 연비를 현재의 약 2배 수준으로 개선시키기로 한 연비 기준을 공개했다. 이것으로 미국 빅3는 트럭 판매와 돈놀이가 아닌 자동차 본연의 기술과 혁신을 위해 뛰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대가 간신히 만들어낸 하이브리드. 하지만 경쟁자들은 이미 달리고 있다.


  기름 많이 먹고 덩치만 컸던 미국차들. 다이어트를 강요받았다. 부족한 경쟁력으로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축이었던 빅3가 친환경이란 무기도 쥐게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차들의 성능과 연비에 별 매력을 못느끼고 국산차를 구입했던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도 한국차에 매력을 못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국산차뿐만 아니라 일본차 역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위협은 현대기아에게 더 크게 느껴질듯 하다. 토요타가 프리우스를 11년전에 내놓고 하이브리드 기술을 연구할 동안 현대기아는 뭘 했나. 올해 들어서야 간신히 내놓은 쏘나타 하이브리드. GDI 엔진으로 앞서가는 시늉을 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선 뒤쳐져있다. 앞으로도 지속될 고유가 시대에 메이저 업체들에 끼여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